한국건강관리협회충북․세종지부 가정의학과 이지환

우리 선조의 생활의 지혜와 정서가 담긴 속담에는 가을을 소재로 한 것이 유독 많다. ‘가을 들판이 딸네 집보다 낫다’, ‘가을 들판이 어설픈 친정보다 낫다’, ‘가을비는 떡비요, 겨울비는 술비다’ 같은 속담은 가을의 풍요를 나타낸다. ‘가을 들판에는 대부인 마님도 나섰다’, ‘가을 들판에는 송장도 덤 빈다’, ‘가을에는 부지깽이도 저 혼자 뛴다’ 등은 추수(秋收) 등 가을의 바쁜 일상을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가을 날씨 좋은 것과 늙은이 기운 좋은 것은 믿을 수 없다’, ‘가을 날씨 와 계집의 마음은 못 믿는다’, ‘가을장마에 다 된 곡식 썩힌다’ 등 변덕스런 가을 날씨를 경고하는 속담도 있다. 먹거리와 관련된 속담도 여럿이다.기름이 자르르~ 물오른 맛 고등어와 전어‘가을에 전어를 구우면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속담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만큼 가을 전어가 맛이 기막히다는 뜻이다. ‘봄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도 있다. 9∼11월 초에 잡히는 전어는 살이 통통하고 비린내가 적으며 뼈가 무르고 맛이 고소하다. 맛의 비밀은 풍부한 지방에 있다. 전어의 지방 함량은 계절마다 다른데, 가을은 봄의 세배다. ‘가을 전어의 대가리에는 참깨가 서말’이란 옛말은 이래서 나왔다. 지방의 대부분도 혈관 건강에 이로운 불포화지방이다. 가시가 많은 것이 흠이지만 두툼하게 회를 썰어 뼈째 먹으면 칼슘까지 섭취할 수 있다. 칼슘 함량이 같은 무게 우유의 두 배다. 요리하기 전에 미리 쌀뜨물이나 소금물에 전어를 5분쯤 담 가 놓거나 술, 식초 등을 넣고 조리하면 비린내가 가시고 살이 단단해진다. 시금치보다 단백질, 칼슘 함량이 높은 아욱아욱도 10월이 절정이다. ‘가을 아욱국은 마누라 내쫓고 먹 는다’, ‘가을 아욱국은 사립문 닫고 먹는다’라는 속담도 있다. 실제로 서리가 내리기 전의 아욱은 맛이 기막히다. 된장 국(토장국)에는 철마다 다른 재료가 들어간다. 봄에는 냉이, 달래 등 봄나물과 조개, 여름에는 근대, 시금치, 솎음배추, 가을에는 아욱, 배추속대, 겨울에는 시래기가 훌륭한 건지 재료다. 서양인이 최고의 웰빙 채소 중 하나로 치는 시금치보다 단백질, 칼슘 함량이 두 배나 많다.아욱을 파루초(破樓草), 상추를 월강초(越江草)라고 부르기도 한다. 유래가 재미있다. 살림이 곤궁해서 미역을 구할 형편이 안 되는 산모가 미역 대신 아욱과 상추로 국을 끓여 먹었는데, 아욱은 산모, 아기에게 이로웠고 상추는 해로웠다는 것이다. 그래서 아욱을 더 많이 심기 위해 다락(樓)을 한채 허물었고, 상추는 강 건너 멀리 심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이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허리가 구부정하거나 정력이 떨어져 고민인 사람들은 ‘가을 새우는 굽은 허리도 펴게 한다’는 속담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장수와 호사(好事)의 상징이었던 새우의 겉모습이 허리를 구부린 노인과 닮았다고 해서 해로(海老, 바다의 노인)라고도 불린다. 노인의 굽은 허리를 펴게 할 만큼 가을 새우의 맛이 뛰어나다는 것을 비유한 속담이다. 새우가 굽은 허리를 교정해주지는 못할지언정 뼈 건강에는 유익하다. 칼슘이 멸치 못지않게 풍부해서다. 새우 중 대하는 산란 직전인 3∼4월과 10∼11월이 제철이다.<자료제공 : 한국건강관리협회충북·세종지부 메디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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